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식단/맛있는 레시피

비빔밥 재료 복잡할 필요 없지, 입맛 없을때 딱!(feat. 엄마 무생채)

by 아꾸하루 2021. 5. 13.
728x90

 가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입맛까지 없을 때. 그때가 바로 어제였어요. 안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마법의 날까지 겹쳐서 그냥 끼니 거를까 하다가 냉장고에 있던 엄마 무생채가 딱 생각났답니다. 급하게 양푼 꺼내고 복잡하지 않은 비빔밥 재료들을 소담하게 담아 뚝딱했네요:)

 

 

 

 

 

 

레시피: 무생채, 오징어젓갈, 상추, 참기름 조금

 

비빔밥 만들기는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합니다.

아니, 어쩌면 더 쉽고 간편할지도.

 

1. 양푼을 꺼낸다.

 

2. 밥을 담는다.

 

 

 양심적으로 다이어트 한다고 밥은 렌틸콩과 귀리, 현미를 넣어지었습니다. 아침에 담가놓고 나갔더니 잘 불려져서 딱 좋게 만들어졌답니다. 밥에서 밤맛과 고구마 맛도 나는 듯한 느낌은 기분 탓일까요? ㅎㅎ

 

 

3. 엄마의 무생채 및 비빔밥 재료를 꺼낸다.

 

(울 마미의 단골 반찬통, 본죽 용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무생채입니다. 독자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이만한 비빔밥 재료가 없었거든요. 언제나 집에 있었던 거여서 그나마 하기 쉬운 반찬인줄만 알았는데 지난번에 직접 해보니 채칼에 써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별다른 도구 없이 식칼로 하나하나 썰었어야 했는데 어무니는 얼마나 힘드셨을지. 

 

4. 탈탈 털어 담기.

사실 이렇게만 넣고 비벼도 맛있지만,

 

 

5. 냉장고에 있던 청상추를 총총 썰어 담는다.

 

가위로 잘랐어요. 더운 날의 비빔밥 재료로 제격인 것 같아요.

 

 

한 번 더 잘라 담기.

전 비빔밥에 밥보다 야채 양이 더 많을걸 좋아한답니다.

 

6. 오징어젓갈을 넣는다.

 

비빔밥 재료는 고기, 야채, 심지어 장아찌들까지뭐든 기호에 따라 가능한 거 아시죠?ㅎㅎ 저 같은 경우에는 젓갈에 비비면 고추장이 따로 필요 없고, 사먹기 좋은 반찬이라 상시 냉장고에 있기 때문에 자주 넣어 먹는 아이템이랍니다. 

 

7. 참기름은 필수!

 

요놈만 넣으면 양식도 한식이 되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8. 주걱으로 싹싹 비벼주기.

 

참고로 이건 2인분입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ㅎㅎ

 

 

완성!

...

된 줄 알았지?

 

 

마지막으로 반숙으로 된 계란 프라이 하나 얹어주었어요.

영롱하니 예쁘다 참.

완숙 이어도 당근 맛있죠.

 

 젓갈을 많이 넣었는지 조금 짜긴 했지만 반숙 노른자가 싹 감싸주어 간을 낮춰주었답니다. 언제 먹어도, 비빔밥 재료로 뭘 넣어도 입맛을 살려주는 묘약인 것 같아요. 엄마 무생채가 한몫했지만 말입니다. 힘 빠지던 하루 끝에 에너지 북돋기 용으로 딱이었던 한 끼였습니다. 저녁 메뉴로 추천드려요. 마미 땡큐!

 

 비빔밥을 요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식을 할 때마다 엄마의 등판이 눈 앞에 선해요.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처음 직장 때문에 상경했을 때, 저를 데려다주시던 엄마가 다시 돌아가기 직전에 터미널에서 우셨어요. 그땐 생이별하는 것도 아닌데 왜 울까 했거든요. 버스 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 자취방에 돌아왔는데 저도 모르게 목놓아 펑펑 울었어요. 방이 너무 깨끗해서요. 저의 첫 자취방은 5평 남짓하는 곰팡이내 쿰쿰히 나는 곳이었어요. 그런 공간 곳곳에 필요한 생활 용품들이 채워져 있었고, 방바닥, 선반, 싱크대, 심지어 화장실 천장까지. 현관 옆 곰팡이 나있던 곳마저도 수세미로 싹싹 닦았던 흔적이 있었어요. 물론 벽 자체에서 난 거라 없어지진 않았지만요. 그날 회사 교육 간다고 나가 있던 시간에 엄마 혼자서 모르는 길들을 물어 물어 마트에서 생활용품을 사 오고, 청소를 하셨다 하더라고요. 지하철이 생소하신 분이기에 왕복 1시간 정도를 짐 들고 걸어서 말이죠. 그 방에서 저는 2년 정도 살았고, 곰팡이 핀 곳이기 때문에 몸에 피부 질환까지 생겼었지만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곳이 될 거예요. 

 생각해보면 지금도 철이 없긴 해요. 지금 이렇게 감성에 젖어 감사함을 느끼지만 평소에는 그냥 딸이죠. 그래도 전보다는 진심으로 이해가 되면서 엄마의 젊었을 적으로 동화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속상해요. 제가 그런 때는 보통 생활비를 걱정하면서 계산기 두드려야 할 때,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어야 하나 고민할 때, 결혼 하기 싫어질 때 등. 조금 퍽퍽한 느낌이 들 때거든요. 어린 나이에 시집가서 생활고에 시달릴 땐 어땠을까, 매일같이 퇴근 직전에 저녁 식사 고민할 땐 어땠을까, 그 어렸을 때 결혼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에 말이죠. 앞으로 점점 더 엄마에 동화되어 갈 테니 가슴 저릿할 일도 많겠죠? 

 

728x90
그리드형(광고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