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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일상다반사

[미라클 모닝/생각 꺼두기] 온전한 나와 함께한 동네 산책

by 아꾸하루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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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 몸이 좋지 않았다가 약 먹고 한 시름 괜찮아져 요가를 하고 그대로 뻗어 잠들었습니다. 3시간이나 잤을까 새벽 4시쯤 눈이 떠졌는데 그때부터 잠이 어찌나 안 오던지 1시간 넘게 뒤척이면서 누워서 멀뚱멀뚱하고 있었네요. 뜻하지 않게 이건 미라클 모닝이다! 하고 5시 좀 넘어 동이 트고 밝아진 틈을 타 출근 전 동네 산책이나 하고 오자며 일어났답니다. 이게 무슨 나답지 않은 일인가 했지만(평소에 아침잠이 무지하게 많은 편이거든요.) 새롭기도 하면서 잠시 잡생각을 떨쳐내고 온전한 제 자신을 데리고 한 바퀴 돌다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것도 출.근.전 에 말이죠. 

 

미라클 모닝 도전하면 다 찍는다는 시간 인증 ㅎㅎ

 

 아무래도 평일에는 출근을 위해서만 밖을 나서니 운동화를 신을 일이 거의 없답니다. 그러나 오늘은 환복하여 가장 먼저 입은 옷이 트레이닝복, 그리고 이 운동화를 신발장 뒤적거려 찾아냈네요. 

 

 

 

 

 

 미라클 모닝 하면 무조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일어나는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깨어나 명상과 유산소 등을 한 뒤에 하루를 시작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개개인마다 기준은 다 다르겠죠? 저도 그동안 해봐야지 말만 해놓고는 일어나면 정신도 깨지 못한 상태에서 씻고 후다닥 밖을 나서기 바빴어요. 지금 사는 동네에서 이미 3년 정도를 살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저의 모닝 패턴 덕분에 꼼꼼히 살펴본 적은 없었죠. 모든 건 자세히 봐야 예쁜 법인데 말입니다. 

 

하루 중 특별한 일이 생겼다는 느낌 플러스 동 트자마자 산책 나왔다는 흐뭇함에 신난 발걸음.

 

가장 중요한 노래 선곡, 조장혁 님의 Love song.

아주 옛날에 방영됐던 명랑소녀 성공기의 OST입니다.

요즘 이 노래에 빠졌더랬죠.

 

부평구청 가는 길목입니다.

꽃들이 종류마다 심어져 있어 찰칵.

 

 너무 안타까웠던 건 구청 앞쪽에 벤치가 비치되어 있는데 이 주변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들이 버려져 있더라고요. 주워서 주변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는데 그것조차도 없어서 집 앞 정류소까지 가져와야 했답니다. 아예 못 봤으면 모를까 보고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어요. 미라클 모닝을 계획적으로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렇게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의도치 않게 눈이 떠져서 나오게 될 때는 봉투와 자그마한 집게 하나씩 갖고 나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 좀 버리지 맙시다!!

 

 매일 아침 뛰어 내려가느라 바쁜 부평구청역. 천천히 걸어와서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약 1시간 반쯤 뒤에 또 다시 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우울해지기도..ㅋㅋ

 

 

 산책할때 만큼은 아무 생각하지 말자 하고 다시 걸었어요. 부평 구의회 있는 쪽으로 들어가 보면 꽃들이 핀 정원을 잘 가꾸어 두었답니다. 잠시 거닐기 딱 좋은 코스예요. 

 

 더구나 잔디 사이사이로 돌길도 만들어 놔서 예쁜 길을 걸을 수 있었죠. 전에는 저의 반려견과 함께 오기도 했는데 오늘은 생각을 꺼두고 머리와 몸 전체로 힘을 빼서 온전한 저의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게 멍 때리기인가 봐요. 한적한 길을 홀로 걸으면서도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이곳은 부평 신트리공원입니다. 살고있는 집에서 멀지 않아 밤마다 강아지와 산책하곤 했었는데 이 이른 아침에 혼자 나와 거닐게 되다니. 놀랍게도 특히 어른 분들이 이 시간에 많이들 나오셔서 운동하시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매일 루틴 같은 게 또 누구에게는 미라클 모닝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나무들이 울창한 곳으로 걸을 수 있는 코스도 있답니다. 봄이(울집 댕댕이)가 좋아하는 길이다 보니 같이 오면 억지로라도 들어가지만 사실 여기는 작은 벌레들이 윙윙 날아다녀 저를 괴롭힐 때가 많답니다. 그래도 날 밝을 때 보니 새롭네요.

 

 쭉 들어가다 보면 축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분들은 몇 시에 나오신 걸까요? 조기축구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까지 함께 뛰는 것처럼 열기가 오르더군요 ㅎㅎ

 

 

 부평 신트리공원 산책로에는 곳곳마다 어떤 나무인지 이름과 특징이 펫말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것들 중 80~90%가 회양목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가는 길. 미라클 모닝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면서 구의회 있는 곳의 스프링클러 분수쇼도 보게 되었네요. 그리고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개미와 베짱이 동상. 귀여워서 한 장 찰칵했어요. 이래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하나 봅니다. 느긋느긋 하게 걸어왔었는데도 못 보고 지나갔던 것들도 있고, 다시 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운 대박 좋다 싶었어요. 집에 거의 도착할때쯤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졌거든요.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할 땐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걸을 때조차 조심했는데 비 내리는 타이밍까지 피하며 제대로 기분 좋은 산책을 마쳤습니다. 

 또 하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복 유산소를 거의 30분동안 했네요:) 아침부터 땀 빼고 나니 기분도 좋고, 그 느낌에 취해서 느긋하게 준비했다가 결국 출근길은 또 뜀박질이었지만 오늘 하루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너무 피곤하지만 미라클 모닝도 적응되면 피로도 나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아! 물론 제가 매일 할 거라는 건 아닙니다. 우연히 마주한 이른 새벽, 동트자마자 나가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잠시라도 뇌를 꺼두고 나에게 집중하며 좋은 기운을 담아온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 종종 온전히 내가 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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